용왕의 병을 고치고 신비한 침을 얻은 이야기


  임진년에 왜군이 쳐들어와 나라가 위태로운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이 밀물처럼 쳐들어 와서 조선 관군들은 패전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할 수 없이 대국으로 섬기고 있던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했습니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이 왜에게 정복당하게 되면 자기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으니 이여송을 총대장으로 삼아 4만여 명의 군사들을 주어 조선으로 보냈습니다.
  조선에 도착한 이여송은 거드름을 한껏 피우면서 마중 나온 조선 대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선에는 어룡(魚龍)이 강에서 나온다는데 한번 먹어 봅시다.”
  명나라는 땅은 엄청나게 넓기는 하지만 뱀이 변해서 용이 된 사룡(蛇龍)은 있어도,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된 어룡은 없었습니다.
  사룡보다는 어룡이 훨씬 몸에 좋다는 것을 아는 이여송은 어룡을 빨리 가져오라고 조선의 대신들에게 독촉하면서 어룡을 주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나라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곧 망할 지경인데 한가롭게 어룡타령이나 하고 있는 이여송이 무척이나 괴씸했으나 우선 나라부터 구하는 일이 급하므로 이여송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조가 명을 내려 백방으로 사람을 보내 어떻게든 어룡을 구해 오라고 하니 한 대신이 아뢰기를
  “어룡은 아무 곳에 사는 것이 아니옵니다. 소신이 듣기로는 도성의 동쪽에 있는 바댕이(八堂) 앞 강에서만 산다고 합니다.”
고 하니, 이에 왕과 조정대신들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군사들을 바댕이로 보내 어룡을 잡아오게 하였습니다. 바댕이에 도착한 군사들은 백마를 잡아 미끼로 써서 어룡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어룡을 먹고 효능을 알아 본 이여송이 더 욕심이 나서  한 마리를 더 잡아달라고 요구하여, 하는 수 없이 조정에서는 다시 군사들을 바댕이 강가로 보내 잡아오게 하였습니다. 군사들이 전처럼 백마를 잡아 낚시를 시작해서 어룡을 또 낚기는 했으나, 끌어 올리던 중에 그만 낚시줄이 끊어져서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낚시에 걸렸다 살아난 어룡은 바댕이 앞 깊은 강물 속에 사는 용왕이었습니다.
  용왕이 죽다가 살아나기는 했으나 낚시 바늘이 목에 걸려 목이 붓고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아픈 목을 치료해 봤지만 백약이 무효일 뿐이었습니다.
  용궁 전체가 용왕의 건강 걱정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는데 한 신하가 용왕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바댕이에 사는 변씨(邊氏)라는 침쟁이의 침술이 훌륭하다고 합니다. 제가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세계로 나가서 그 변씨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하니, 용왕이 크게 기뻐하며
  “그래, 네가 꼭 데리고 와서 내 병을 좀 고쳐 다오.”
  그렇게 해서 지상세계로 올라온 용왕의 신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강가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옆을 막 지나가려는데 누워있던 용왕의 신하가 벌떡 일어나더니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웠습니다.
  “이보쇼, 당신이 혹시 침술하시는 변가 성을 쓰시는 양반 아닙니까?”
  “내가 맞기는 한데…당신은 누구시오?”
하니 용왕의 신하가
  “난 이 강에 사는 용왕님의 신하인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금 저희 용왕님께서 몹시 편찬으시니 좀 같이 가십시다. 용왕님의 병을 고쳐만 주면 큰 상을 받을 것이오.”
하니 침쟁이 변씨가 잠시 생각하고는 승낙하여 둘은 함께 용궁으로 들어갔습니다.
 
  용왕의 상태를 본 침쟁이 변씨가 말하기를
  “용왕님의 상태가 위중해서 빨리 손을 써야 하지만 제가 병을 고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용왕님의 목에 걸려 있는 낚시 바늘을 빼려면 큰 침이 필요한데 제가 가진 침은 너무 작아서 불가능합니다.”
하고 고개를 저으니, 용왕이 여러 신하들을 내려다보며 명하기를
  “어디 가서 알맞은 침을 빨리 구해 오너라.”
하니 잠시 후에 신하 하나가 보통 침으로 보이는 작은 침을 하나 구해서 돌아왔습니다.
  침쟁이 변씨가 그 침을 받아 들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작은 침은 저한테도 많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러니 용왕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이보게, 자네가 들고 있는 그것은 보통 쓰는 침이 아니라 크기가 마음대로 변하는 요술침이네. 한번 ‘커져라 커져라’하고 말해 보게.”
  용왕이 시키는 대로 변씨가 침을 들고
  “커져라 커져라.”
하니 바늘같이 작았던 침이 점점 커지더니 몽둥이만큼이나 커지는 것이었습니다. 신비롭고 놀라운 침의 모습에 놀란 변씨가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작아져라 작아져라.”
하니 침이 점점 작아지더니 처음처럼 바늘 크기로 돌아왔습니다.
 
  변씨는 알맞은 크기만큼 요술침을 커지게 한 후에 용왕에게 침을 놓아 용왕의 병을 깨끗하게 고쳤습니다. 변씨의 침술로 병을 고쳐 크게 만족한 용왕은 침쟁이 변씨에게 큰 상을 내리라고 명했습니다.
  이에 변씨가 용왕에게 말하기를
  “용왕님, 저에게 다른 것 말고 저 요술침을 주셨으면 합니다.”
  “내 병을 고쳐줬는데 무엇을 못 주겠느냐. 가지고 가거라.”
  용왕이 쾌히 승낙하고 변씨에게 요술침을 주어 다시 지상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크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요술침을 얻은 변씨는 이후 더 용한 침쟁이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침쟁이 변씨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지금까지 바댕이(八堂)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박성배, 서종면 정배리 72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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