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 며느리 비 설화

   옥천면 옥천리 면사무소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허씨 며느리 비’라고 부르는 오래된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옛날 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이 비석은 만들어진 형식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비를 세운 지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비문은 비와 바람에 의해 마모되어 내용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대대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 비석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이 마을(옥천리)에 아주 가난한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 허씨 성을 가진 아주 착한 며느리가 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나가 품을 팔아 저녁거리를 장만하여 와서 시아버지께 저녁 공양을 하였고, 또 아침거리는 전날 밤에 꼭 품을 팔아야지만 아침 공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날 밤에 품을 팔지 못해 아침거리를 장만하지 못한 며느리는 아침 일찍부터 문을 나섰습니다. 서둘러서 품을 팔고 얻은 곡식을 가지고 시아버지께 아침 공양를 올리기 위해서는, 품이 필요한 집을 찾아서 이집 저집을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무리 돌아다녀도 품을 팔 수가 없었습니다.
   ‘큰일이구나. 빨리 일을 하고 곡식을 좀 얻어야 시아버님 아침 진지를 지어 올릴 수가 있는데 이를 어쩐다…’
   길가에 앉아 큰 한숨을 쉬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우연하게 앞에 있는 개똥을 보았습니다. 며느리가 개똥을 자세히 보니 보리쌀이 삭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곡식을 방아에 찧고 나서 말리기 위해 햇볕에 널어 놓으면 개나 새 등 짐승들이 종종 훔쳐 먹고는 하였는데, 동네 개가 보리쌀을 훔쳐 먹고 그곳에 배설한 것입니다.  
   ‘그래 아버님께 드릴 아침거리를 도저히 구하지 못하겠으니…죄송하지만 저 개똥 속에 있는 보리쌀이라도 잘 씻어서 아버님께 진지를 지어 올려야지.’
   서둘러 집에 돌아온 며느리는 그 개똥을 깨끗이 잘 씻어내고 보리쌀을 골라내어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를 장만해 시아버님께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면서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며느리는 자신이 개똥을 주워 시아버지를 공양한 죄 때문에 하늘이 노하셔서 자신을 벌하려고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당에 멍석을 펴고, 무릎을 꿇어 앉아 비를 맞으며 석고대죄를 하였습니다.
   “천지신명님, 제가 감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보며 빌고 또 빌다가 혼절을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혼절했던 며느리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주위가 온통 황금덩어리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며느리의 효심에 감동한 하늘이 큰 상을 준 것입니다. 그래서 허씨 며느리는 부자가 되어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중에 마을 사람들은 허씨 며느리의 효성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힘을 모아 이 비석을 세웠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김용국, 옥천면 옥천리, 52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