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가 한겨울에 호랑이 도움으로 생감(生柿)을 얻다

   옛날 한 고을에 효자가 살았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중한 병이 들었는데 의원이 말하기를
   “이 병은 다른 약은 필요가 없고 신선한 생감을 드시게 하면 나을 것이네. 그런데 이 한겨울에 어디서 생감을 구할꼬…”
   효자가 생각하기에도 이 추운 엄동설한에 생감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감을 꼭 구해서 아버지를 반드시 살려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그날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이 와도 매일 이 동네 저 동네 감나무 밭을 돌아다니며 떨어져 있거나 매달려 있는 감을 찾아봤지만 어디에서도 감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감을 구하려고 돌아다니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효자가 한 감나무 아래에서 열심히 감을 찾고 있는데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효자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웬 커다란 호랑이가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효자는 화들짝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이제 나는 죽었구나. 아버지 약도 구해드리지 못하고 여기서 호랑이한테 죽다니 정말 하느님도 너무 하시는 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도망을 치려고 하는데 너무 놀라고 무서워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호랑이가 천천히 효자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무서운 호랑이가 효자를 덮치는 대신에 효자 옆에 와서 조용히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꼬리를 들어 넘어져 있는 효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이놈이 왜 이러는 거지? 배가 불러 나를 살려주려는 것인가? 아니 이놈 하는 짓을 보니 자기 등에 타라는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죽더라도 호랑이 등에 한번 타보고나 죽자’
   효자가 용기를 내어 호랑이 등에 올라타니 호랑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넘고 또 넘어서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한참을 달려가더니 두메 산골 어느 집 대문 앞에 멈췄습니다.
   ‘이제 내리라는 것인가? 어찌됐든 살았으니 천만다행이다’
   효자가 등에서 내려오니 호랑이는 효자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오던 길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효자는 호환을 입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날은 이미 저물어서 밤인데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집 앞에 혼자 서 있으니 막막한 기분이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니까 이 집에서 하룻밤만 신세를 지자.’
   집주인을 불러 하룻밤만 묵어가자고 부탁하니 주인은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
   효자가 젊은 집주인과 함께 방으로 들어오니 다른 집안사람들은 한창 제사상을 차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집주인이 효자를 보고 말하기를
   “오늘이 저의 선친의 기일이어서 준비를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이런 날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사를 마치자 집주인은 음식을 가져와 효자에게 권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가져온 음식 중에 감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옳지 됐다. 얼마 안 되지만 이거라도 가지고 가서 아버지께 드려야겠다.’
면서 먹지 않고 손수건에 조심스럽게 감을 싸서 품에 넣었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집주인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아니 왜 감을 드시지 않고 싸십니까?”
하니 효자가 대답하기를
   “사실 저희 아버지가 병환 중이신데 의원이 말하기를 생감을 드시면 쾌차하실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엄동설한에 감을 구할 수가 없어서 매일 감나무 밭에 가서 떨어진 감이라도 주워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호랑이를 만나 이래저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이 아버지께 약을 올리라고 호랑이를 보내주셨나 봅니다.”
   사정을 알게 된 집주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잘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해마다 감을 조금씩 땅에다 묻어 놓고 아버지 제사에 썼는데 올해는 유난히 감이 많이 나서 갑절로 땅에 묻었습니다. 당신 아버님께서 편찮으시다니 제가 따로 감을 드리겠습니다. 아마 당신이 효자라서 하늘에서 상을 내리신 모양입니다. 허허.”
하고서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에 감 꾸러미를 들고 돌아와서 효자에게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효자는 집주인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하고, 감이 든 보따리를 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감을 먹은 아버지는 병이 씻은 듯 나아서 효자 아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박종빈, 서종면 정배리 57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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