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은혜를 갚은 효자

   충청북도 영동군 매곡면 노천리에 있는 내동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음식을 정성껏 장만해서 호랑이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제사를 지내게 된 까닭은 이 마을에 살았던 효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은 호랑이와 효자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날 이 내동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가 살았습니다.
   이 젊은이의 아버지가 병이 들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하루는 아들을 불렀습니다.
   “얘야, 내가 아파서 금방 죽을 것 같은데, 죽기 전에 잉어 한마리만 먹고 싶구나.”
하니 효자가
   “아버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해 올리겠습니다.”
하고 잉어를 구하러 개울가로 나왔습니다.
   효자가 개울가로 나와 보니 엄동설한 한겨울에 개울이 두껍게 얼어서 아무리 얼음을 깨려 해도 깨지지가 않았습니다. 얼음이 깨져야 잉어를 잡든지 못 잡든지 할 것인데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효자는 답답한 마음으로 잠시 개울가 옆 오리나무에 기대 앉아 얼어붙은 개울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잡숫게 해야 하는데 이걸 어쩌나?’
속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문득 옆을 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턱 앉더니 자신의 등을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잉어를 구할 걱정에 효자는 옆에 있는 호랑이가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이놈의 호랑이가 자꾸 제 등을 보고 나를 번갈아 보니 등에 타라는 건가 보다.’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호랑이등에 올라앉았습니다. 효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니 호랑이가 벌떡 일어서서 냅다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달린 후에 큰 개울가 얼음 위로 가서는 있는 힘껏 높이 뛰어올랐다가 얼음 위로 내딛으니 그 충격으로 얼음이 쩍 소리를 내며 깨지는 것이었습니다.
   효자가 정신을 차려고 보니 깨진 얼음 위로 잉어 두 마리가 튀어 올라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호랑이가 보통이 아니구나. 나를 위해서 잉어를 잡아 주었네 그려’
   호랑이 등에서 내려온 효자가 펄떡거리는 잉어를 잡고서 호랑이에게 감사를 표시하려고 했는데, 호랑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잉어를 구해 집으로 돌아온 효자가 정성껏 잉어를 삶아 아버지께 올리니 아버지도 좋아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몇 달이 지났을 무렵, 효자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지난번에 잉어를 잡아주었던 그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이봐 젊은 양반, 내가 지금 함정에 빠져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소. 나를 좀 구해주시오.”
하는 것입니다.
   잠에서 깬 효자가 꿈에서 본 호랑이가 빠진 함정을 찾아 나섰습니다. 얼마나 멀리 왔을까 한 칠십여 리쯤 왔을 무렵, 저쪽에서 사냥꾼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어 가보니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함정 속에 얼마 전 자신에게 잉어를 구해주었던 호랑이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제 사냥꾼들이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막 죽이려고 하는데 효자가 그 사냥꾼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저 호랑이는 보통 호랑이가 아닙니다.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저를 도와준 호랑이입니다. 제가 호랑이 목숨값을 치를 터이니 제발 죽이지 마시오.”
하며 손을 흔들어 호랑이를 죽이려던 사냥꾼들을 제지하였습니다.
   효자는 호랑이 목숨값으로 논 한 섬지기를 사냥꾼들에게 치루고 호랑이를 구해냈습니다. 
   그때부터 이 효자와 호랑이는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효자가 급한 일이 있을 때 달려와서는 마치 자기가 효자가 부리는 말(馬)이나 되는 양, 효자를 등에 태워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면서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효자가 다시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도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서는 구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효자가 부리나케 호랑이를 구하러 갔는데 이번에 호랑이를 찾았을 때는 좀 늦었는지 이미 죽어 버린 후였습니다.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효자는 죽은 호랑이를 사냥꾼들에게 사고, 땅을 좀 마련해서 호랑이를 장사 지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내동마을에서는 효자를 도와준 그 호랑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유명위, 서종면 정배리 52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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