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인 호랑이를 잡은 여인

   옛날 한 선비가 깊은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도 지고 해서 하룻밤 머물고 갈 인가를 찾아서 여기저기 살피는데 마침 희미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불빛을 따라가 보니 작은 초가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주인을 불렀습니다.
   “저 지나가는 과객이온데 하룻밤만 신세 좀 지겠습니다.”
   선비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 하나가 나오는데 집주인의 아내였습니다.
   “누추하기는 하지만 하룻밤 쉬어가세요.”
 
   방에 들어온 선비와 안주인이 서먹서먹하게 앉아 있는데 안주인이 혼잣말로,
   “이 양반이 올 때가 지났는데 아직 오지를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하니 그렇지 않아도 여자 혼자 있는 방에 들어와 있기가 불편했던 선비가
   “주인양반께서는 어디 가셨습니까?”
   “내일이 우리 시어머니 제사라서 어물을 사러 장터에 갔는데 아직 오지를 않으니 걱정입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안주인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잠시 후에 안주인이 선비에게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나가봐야 될 것 같은데 죄송스럽지만 함께 가 주시렵니까?”
하고 부탁을 하니 선비는 주인들도 없는 집에 혼자 있기도 민망스러워 같이 나가서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횃불을 들고 두 사람은 집주인이 돌아오는 길로 나갔습니다. 얼마쯤 가니 저쪽 앞에서 시커먼 형체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섬뜩한 느낌이 들어 발이 잘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남편 걱정에 두려움도 없는 안주인은 선비를 재촉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집주인을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선비는 혼비백산하여 온몸이 굳어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안주인은 갑자기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잠시 후에 집으로 도망간 줄 알았던 안주인이 다시 그 호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손에는 시퍼런 낫이 들려 있었습니다.
   “호랑이 이놈, 우리 남편을 잡아먹고 네가 성할 줄 아느냐? 어디 나까지 잡아먹어 봐라!”
하면서 낫을 휘두르며 호랑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집주인을 뜯고 있던 호랑이는 겁 없이 낫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안주인의 기세에 조금 놀랐는지 옆으로 피했습니다.
 
   남편 곁으로 온 안주인이 그 모습을 보니 이미 남편은 처참하게 뜯어 먹힌 채 죽어 있었습니다. 멀쩡하던 남편을 갑자기 호랑이한테 잃어 황망한 지경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안주인은 울지도 않고, 선비를 향해 돌아보며 소리쳤습니다.
   “이보쇼 선비양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되니 이리로 와서 우리 남편 시신을 업고 가든지 아니면 횃불이라도 비추시오.”
   참혹하고 놀라운 광경에 넋이 나가있던 선비는 안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약간 차렸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등에 업는 것은 무서우니 횃불을 들고 가겠다고 하며 횃불을 들고 앞장을 섰습니다.
   그래서 안주인이 남편의 시신을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물러서 있던 호랑이가 갑자기 안주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이놈아 그래 나도 잡아먹어라.”
하며 다시 낫을 휘두르니 감히 덤비지를 못하고 뒤에서 으르렁거리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어렵게 집주인의 시신을 가지고 집에 도착한 선비와 안주인은 방에 집주인의 시신을 놓고 숯을 가져다가 방안에 쏟았습니다. 방안 숯에 불을 놓고 뒤로 나가 숨어서 기다리니 방 앞에서 입맛만 다시고 있던 호랑이가 허기를 참을 수 없었는지 주인의 시신을 마저 먹으려고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가 집주인의 시신과 함께 타서 죽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안주인이 선비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선비양반, 이제 나는 집도 남편도 없는데 같이 삽시다.”
   “안 되기는 했소만, 나는 집도 처도 있으니 불가합니다.”
하고는 선비는 가던 길을 떠났습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김영성, 서종면 정배리 65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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