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울 김생원 이야기

   조선 정조 재위 시절에 정배리 깊은 산마루에 김생원이란 사람이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멀지 않은 석산리 물레울에 살다가 이곳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에 ‘물레울 김생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물레울 김생원은 힘이 천하장사인데다가 담이 커서 마을과 떨어진 깊은 산마루에 집을 짓고 아내와 단둘이서 살면서 종종 마을을 오가면서 지냈습니다.
   하루는 여느 때처럼 김생원이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아내가 김생원을 보고,
   “여보, 오늘은 마을에 내려가지 마세요. 어제 꿈자리가 별로 좋지가 않네요.”
하니 김생원이
   “괜찮아. 금방 다녀올께.”
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김생원은 마을에 내려가서 볼 일을 마친 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사는 곳이 워낙 외지고 높은 곳에 있어서 호랑이를 비롯한 산짐승들도 많아 보통 사람들은 혼자 오가지도 못하는 길이지만 천하장사인 김생원은 거침없이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중턱쯤 다다랐을 때, 어둑어둑한 앞에서 웬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나타나 울면서 김생원을 향해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김생원이 천천히 살피니 산발한 여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였던 것입니다.
   “여보 마누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요?”
하니 아내는 김생원을 붙잡고 울며 말하기를
   “저기 큰일 났어요. 지금 제 뒤에서 엄청 큰 호랑이가 쫓아오고 있어요. 집에서 당신 기다리다가 꿈자리도 그렇고 해서 걱정이 되서 마중 나왔다가 호랑이를 만났지 뭐유?”
   “걱정마라. 호랭이 한 마리쯤은…임자는 요 솔밭에 숨어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그렇게 아내를 안심시킨 김생원은 막대기 하나만을 들고 호랑이를 기다렸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저 위에서부터 커다란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면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천하장사 김생원과 호랑이가 마주 섰습니다.
   눈에서 시퍼런 빛을 쏘며 기세 좋게 달려드는 호랑이를 김생원은 가지고 있던 막대기로 단번에 호랑이의 목덜미에 꽂으니 급소를 찔린 호랑이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맥없이 앞으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김생원은 쓰러진 채로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호랑이를 번쩍 들어서 벼랑 밑으로 던져 버리고 아내와 함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인가 비가 구질구질하게 오는 날이었는데 김생원은 마을에 갔다가 도롱이를 걸치고 삿갓을 쓰고 동고개를 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참 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묵직한 힘이 삿갓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오르막에서 삿갓을 썼으니 앞이 보이지 않아서 무엇이 누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데 손을 들어 삿갓을 만져보니 복슬복슬한 털하고 구부러진 쇠꼬챙이 같은 것이 삿갓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라, 이거 호랭이구만…이게 어디서 겁도 없이’
   그리고 삿갓을 누르고 있던 호랑이 두 앞발을 두 손으로 잡아 끌어당기니 뒷발에 잔뜩 힘을 준 채로 버티던 호랑이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졌습니다. 그런 자세로 김생원이 뒷걸음을 치니 호랑이도 껑충껑충 엉거주춤한 자세로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쯤 내려왔을 때 김생원은 길 옆 나무를 자르고 생긴 구덩이 속으로 호랑이를 쳐 박아 죽여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호랑이를 또 잡은 김생원은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생원은 소를 한 마리 기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외양간에 있는 소의 울음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아 나가봤더니 커다란 호랑이가 쇠똥 긁으라고  파 놓은 구멍에다 대가리를 디밀고 소를 잔뜩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김생원이 재빨리 호랑이 뒤로 가서 힘껏 밀었습니다. 천하장사가 미는 힘에 이제 호랑이는 대가리가 구멍에 꽉 끼어서 뒤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낑낑거리다  숨이 막혀 죽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물레울 김생원은 호랑이를 세 마리나 잡아 대단한 천하장사라고 온 마을에 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제보자 : 박성배, 서종면 정배리 72세 남),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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