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사의 내력

   옛날 어느 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상좌승이 밥상을 들고 절 뒤에 있는 암자를 찾아가서 법사를 불렀습니다.
   “법사(法師)님, 진짓상 가져왔으니 문 좀 열어 주십시오”
   그러자 방안에서 컬컬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습니다.
   “네 이놈, 왜 자꾸 귀찮게 구느냐.”
   “법사님께서 곡기를 끊으신 지 벌써 열흘이 넘었사옵니다. 법사님보다도 저희들이 걱정이 되어 못 견딜 지경이오니, 어서 진짓상을 받으십시오.”
   “저런 주리를 틀 놈이 있나. 네놈들이 그 지랄들을 하니 부처님이 아직 환생을 안 하시고 계신 거다.”
   이런 말들이 방안과 밖에서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상좌승은 그대로 물러갈 수가 없어서 더 장난기어린 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부처님은 어젯밤에 저에게 현몽을 하셨는데요?”
   “그게 정말이냐? 그래 부처님께서 뭐라고 하시더냐?”
   “법사님이 더 이상 곡기를 끊으시면 이 암자를 아주 부숴버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예끼. 고얀 놈 같으니! 너 이놈 혼 좀 나봐라”
   방 안에서 단단히 약이 오른 말이 나오자 밥상을 들고 있던 상좌승의 몸은 그대로 굳어 버렸습니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사지와 이목구비가 말을 안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베 장삼을 입은 덥수룩한 모습의 법사가 나왔습니다.
   “네놈 때문에 열흘 동안 참선한 것이 헛수고가 되었다. 그러니 네놈도 그대로 밥상을 들고 열흘만 서 있어라.  어른을 놀린 맛이 어떤가 생각 좀 하면서….”
   말을 마친 법사는 상좌승이 들고 있는 밥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어, 그놈 때문에 밥은 맛있게 먹었다만, 에이 쯧쯧”
   식사를 마친 법사가 아무래도 참선을 중단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절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한잠을 늘어지게 자고 난 후 암자로 다시 와서 암자 앞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여전히 밥상을 들고 있는 상좌승에게로 가서 따귀를 철썩 때리니 그때서야 상좌승은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습니다.
   “네 이놈, 이번엔 용서한다만 앞으로 또 버르장머리 없이 굴다간 그때는 정말 크게 혼이 날 줄 알아라.”
   “법사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오냐, 이제부터 나는 백일기도를 드린 다음에 부처님과 똑같은 불상을 하나 만들려고 하니 다시는 내 앞에 얼씬거리지 말도록 해야 한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고 상좌승은 물러갔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화주승 법사는 그동안 한번도 암자 밖으로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 식사를 한 일조차 없었습니다.
   저번에 법사에게 크게 꾸중을 들었던 상좌승은 용기가 나지 않아 감히 다시 암자 앞을 얼씬거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일이 점점 지나자 상좌승은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법사가 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한 달 이상을 먹지 않고 살 수가 있을까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상좌승은 용기를 내어 암자 앞으로 갔습니다.
   암자 방문 앞으로 가만히 다가가서 그는 방안의 기척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방안에선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법사님! 법사님!”
하고 불러보았으나 방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아이고, 법사님한테 무슨 변고가 나셨나? 법사님!”
   너무 걱정이 되어 방문을 다시 흔들면서 크게 소리를 질렀을 때였습니다.
  “내가 저놈 때문에 성불하기는 다 틀렸구나. 에이, 저런 주리를 틀 놈이 있나!”
   방안에서 법사의 노한 음성이 들리자 상좌승은 그만 꽁지가 빠지도록 암자에서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또 다시 한 달이 넘도록 참선한 것이 헛일이 되고 만 법사는 상좌승의 소행이 자기를 걱정해서 그랬던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꾸짖지를 못했습니다.
   아쉬움 속에서 절로 내려온 법사는 며칠 동안을 계속해서 잠을 자고난 후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절을 떠났습니다.
   절을 떠나 용천리(龍川里)에 있는 산속에 들어가 백일 동안을 참선하던 법사는 마지막 되는 날에 드디어 천장로사나불(天臧盧舍那佛)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법사는 자신이 만난 천장로사나불을 불상으로 만들고 새로 절을 지어 불당에 모시고, 절 이름을 자신이 만난 부처님에서 가져와 사나사(舍那寺)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의 전설(박영준 편,1972),정리 : 양평구비문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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